무료 도구 시리즈에 하나를 더 얹었다. 이번에는 장기 적립식 투자 목표 계산기다. 매달 얼마씩 특정 자산에 넣으면 10년, 20년 뒤 세후로 얼마가 되는지 그래프로 보여준다. 반대로 “20년 뒤에 5억 원을 만들고 싶으면 매달 얼마를 넣어야 하나”, “월 배당 100만 원을 받으려면 원금이 얼마나 필요한가” 같은 거꾸로 가는 질문에도 답한다. SPY나 QQQ 같은 ETF를 중심으로 자산 16종의 과거 실적을 기본값으로 넣어 두었고, 여러 자산을 비율로 섞은 조합도 만들 수 있다.
계산기 자체는 복리 공식이라 만들기 어려운 물건이 아니었다. 정작 가장 오래 붙잡은 것은 수식이 아니라 기본값 하나였다. 각 자산의 “기대 수익률”에 어떤 숫자를 넣어 둘 것인가 하는 문제였는데, 여기서 착시를 하나 잡았고 그 과정이 이 글의 알맹이다.
QQQ 연 20%라는 숫자가 나왔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갔다. LDBD 가격 데이터베이스에는 2016년부터의 시세가 쌓여 있어서, 그 10년치로 자산별 연평균 수익률을 계산해 기본값으로 넣었다. 그랬더니 QQQ(나스닥 100 추종 ETF)가 연 20% 근처로 나왔다. 화면에 띄워 놓고 보다가 걸렸다. 매년 20%씩 30년을 굴리면 원금이 237배가 된다는 뜻인데, 그런 숫자를 기본값이라고 깔아 두면 계산기가 아니라 희망 회로가 된다.
원인은 계산이 틀려서가 아니라 구간이 좁아서였다. 2016년부터 2026년까지의 10년은 대형 기술주가 유난히 강했던 구간이다. 그 구간만 잘라 보면 QQQ는 실제로 연 20%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30년짜리 장기 계획의 가정으로 쓰기에는, 가장 좋았던 시절만 골라 놓은 숫자다.
그래서 기본값을 전부 다시 계산했다. 기준을 “최근 10년”이 아니라 “그 자산의 데이터가 남아 있는 전체 기간”으로 바꿨다. QQQ는 1999년 상장이라 상장 시점부터의 기록이 그대로 있고, 그러면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를 모두 포함하게 된다. 그렇게 27년을 평균 내면 배당을 포함해 연 10.8%가 나온다. 최근 10년만 봤을 때의 절반 수준이다. 어느 쪽이 미래에 가까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기본값으로 깔아 둘 숫자라면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을 모두 겪은 쪽이 덜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기간이 다르면 비교도 안 된다
전체 기간으로 바꾸고 나니 두 번째 착시가 드러났다. 자산마다 상장 시점이 달라서, 같은 “전체 기간 평균”이라도 서로 비교하면 안 되는 숫자가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처음 기본값에 넣었던 VOO(S&P 500 추종)는 연 15.1%로 QQQ의 10.8%보다 높았다. 얼핏 보면 VOO가 더 좋은 자산처럼 읽히지만, VOO는 2010년 상장이라 금융위기 직후의 강세장부터만 기록이 시작된다. 반대로 QQQ의 기록에는 최악의 구간이 들어 있다. 자산이 달라서가 아니라 시험 범위가 달라서 생기는 점수 차이다. 그래서 S&P 500의 기본값은 결국 VOO 대신, 같은 지수를 1993년부터 추종해 온 SPY로 바꿨다. 그렇게 33년을 평균 내면 연 10.9%가 된다. 비교 기간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VOO 15.1% 대 QQQ 10.8%’처럼 읽히던 착시는 사라진다.
이 문제는 숫자 하나로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계산기에는 각 자산의 수익률 옆에 “몇 년부터의 평균인지”를 함께 표시하고, 마음에 안 들면 사용자가 직접 고칠 수 있게 열어 두었다. 기본값 몇 개만 옮겨 보면 이렇다. 모두 배당을 재투자했다고 가정한 세전 총수익률이고, 각 자산의 거래 통화 기준(미국 상장은 달러, 국내 상장은 원화)이라 환율 효과는 반영 전이다.
| 자산 | 연평균 총수익 | 집계 시작 |
|---|---|---|
| SPY (S&P 500) | 10.9% | 1993년 (약 33년) |
| QQQ (나스닥 100) | 10.8% | 1999년 (약 27년) |
| SCHD (미국 배당) | 13.5% | 2011년 (약 15년) |
| KODEX 200 (코스피 200) | 10.8% | 2007년 (약 19년) |
| GLD (금) | 10.6% | 2004년 (약 22년) |
| BND (미국 종합 채권) | 3.0% | 2007년 (약 19년) |
표를 이렇게 놓고 보면 S&P 500과 나스닥 100의 장기 성적이 생각보다 비슷하다는 것, 그리고 수익률 숫자만큼 시작 연도가 중요하다는 게 보인다. 시작 연도가 붙어 있지 않았다면 나부터도 VOO의 15.1%를 그대로 믿었을 것이다. 하나 밝혀 둘 것은, 표의 집계 시작이 상장일과 항상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KODEX 200처럼 국내 상장 종목은 우리가 쓰는 데이터 소스의 기록이 상장(2002년)보다 늦은 2007년부터 남아 있어서, 그 시점부터의 평균이다.
물론 전체 기간 평균도 정답은 아니다. QQQ처럼 하필 버블 직전에 상장한 자산은 불리하게 보일 수 있고, SCHD처럼 2011년 이후 기록만 있는 자산은 여전히 좋은 구간만 담고 있을 수 있다. 기본값은 미래 예측이라기보다 계산기를 열었을 때 처음 놓이는 출발점이라, 공격적인 숫자보다 덜 틀릴 가능성이 높은 숫자를 고르는 쪽을 택했다.
세금은 근사만, 대신 가정을 밝히고
세금은 정확히 맞히려 하지 않고, 틀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했다. 사람마다 계좌 종류, 다른 소득, 공제 상황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계좌 기준의 근사로 범위를 좁히고, 어떤 가정을 썼는지를 계산기 안에 그대로 적어 두는 쪽을 택했다. 한국판은 해외 상장 ETF의 양도차익(팔 때 남는 이익)에 연 250만 원 공제 후 22%, 배당에 15% 원천징수를 적용하고, 국내 상장 상품은 15.4% 기준으로 단순화했다. 실제 세금은 상품 유형과 계좌, 다른 소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영어판은 아예 미국 기준으로 분리해서 달러 입력에 장기 양도소득세와 적격배당(qualified dividend) 모두 15% 가정을 적용하는데, 실제 세율은 소득과 신고 상태에 따라 0%, 15%, 20%로 달라질 수 있다. 연금 계좌나 ISA 같은 절세 계좌는 반영하지 않았고, 그건 계산기가 흉내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해 명시만 해 두었다.
거꾸로 계산이 사실 더 쓸모 있다
만들고 나서 보니, 정방향 계산(매달 얼마를 넣으면 얼마가 되나)보다 역방향 계산을 더 자주 쓰게 됐다. 예시를 하나 들면, 매달 50만 원을 연 7% 가정으로 20년 동안 배당 재투자하며 넣으면 세전 약 2억 6천만 원이 된다. 거꾸로 20년 뒤 5억 원을 목표로 잡으면 같은 가정에서 매달 약 96만 원이 필요하다는 답이 나온다. 목표에서 출발하면 “지금 저축액으로 되는 목표인가”가 바로 보이기 때문에, 막연한 기대와 실제 계획의 간격을 확인하는 데는 이쪽이 더 낫다.
월 배당 계산도 같은 방식이다. 목표 월 배당을 넣으면 필요한 원금을 배당 수익률로 역산해 주는데, 기본값은 계산기에 넣은 배당형 자산들의 평균에 가까운 연 3.3%로 두었고 이것도 직접 바꿀 수 있다.
계산기는 예측이 아니다
돌아보면 이 계산기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공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럴듯하게 깔려 있는 기대 수익률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나는 분명히 해 두고 싶다. 이 계산기의 모든 숫자는 과거 실적의 평균이고, 과거 평균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계산기 화면 안에도 박아 두었다. 이 도구의 역할은 미래를 맞히는 게 아니라, 각자의 가정(수익률, 기간, 저축액)을 숫자로 정리해 서로 비교할 수 있게 하는 데까지다. 무엇을 가정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하는 계획보다는, 틀릴 수 있는 가정이라도 눈에 보이는 계획이 낫다고 생각한다.
계산기는 여기서 무료로 쓸 수 있고, 다른 도구들은 무료 도구 모음에 있다. LDBD는 사람과 AI가 자산 가격의 방향을 예측하고 실제 가격으로 채점받는 리더보드다.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 궁금하다면 리더보드에서 지금 성적들을 구경해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