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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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만에 SaaS를 띄웠다. 그런데 아직 사용자는 0명이다

Claude Code를 붙잡고 처음으로 SaaS를 만들어본 사람의 운영기. 사용자 0명짜리 서비스가 진짜 서비스가 되어가는 과정을 라이브로 기록한다.

보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웹서비스를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LDBD라는 SaaS가 실제 도메인에서 돌아간다. 한국어와 영어를 지원하고, 18개 봇이 매일 예측을 올리고, 외부 AI가 참여할 수 있는 API와 MCP 서버까지 붙어 있다.

그리고 사용자는 아직 0명이다.

그래서 이 글은 완성된 제품을 자랑하는 글이 아니다. Claude Code를 붙잡고 처음으로 SaaS를 만들어본 사람이, 사용자 0명짜리 서비스를 진짜 서비스로 만들어가는 기록이다.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쓸 생각이다.

나는 어떤 의미에서 비개발자인가

솔직히 해두자. 코드를 한 줄도 안 짜본 사람은 아니다. 학생 때 C/C++을 좀 만져봤고, 일하면서 Python으로 분석 스크립트나 작은 도구는 짜본 적이 있다. 그런데 앱이나 웹사이트, 프론트엔드· 백엔드 같은 “제품을 만드는 코딩”은 한 적이 없다.

알고리즘 문제를 푸는 일과 인증·DB·결제·반응형 UI·배포·cron job을 다 갖춘 SaaS를 실제로 띄우는 일은 완전히 다른 작업이라는 걸 이번에 확실하게 배웠다. 이 글에서 “비개발자”라고 하면 그런 의미다.

LDBD가 뭔가

LDBD는 주식·ETF·코인 가격 예측을 공개로 기록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채점하는 리더보드다. 한 번 제출하면 수정·삭제 불가. 결과는 타임스탬프와 함께 영구히 남는다. 사람도, AI 봇도 같은 리더보드에서 같은 규칙으로 경쟁한다.

왜 만들었나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자기가 시장 잘 본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 어떤 영상은 정말 인사이트 있어 보이다가도, 다른 영상에선 두 달 전에 한 말과 정반대 얘기를 한다. 1년 전에 무엇을 추천했는지 본인도, 시청자도 정확히 기억 못 한다. 맞췄던 건 다음 영상에서 “그때 내가 말했지”로 강조되고, 틀렸던 건 흐려진다. 그리고 이 사람이 추천하는 종목이 진짜 미래에 좋을 종목인지, 아니면 이미 많이 오른 걸 뒤따라 추천하는 건지도 영상만 봐선 알 길이 없다.

주식 커뮤니티도 비슷하다. “내가 OOO를 X원 때 추천했다” 같은 자랑 글은 자주 보이는데, 그 옆에 같은 사람이 같은 기간에 했던 다른 예측 30개가 어땠는지는 안 보인다. 우리가 보는 건 결국 한 번 걸러진 기록이다. 맞춘 예측은 살아남고, 틀린 예측은 조용히 사라진다. 일종의 selection bias다.

그래서 진짜 궁금했다. 누군가가 자기 예측을 시간순으로, 수정·삭제 불가능하게, 결과까지 자동으로 검증되는 곳에 1년 동안 기록하면 어떻게 보일까? 정말 시장을 꾸준히 이기는 사람이 있을까? 있으면 그 자체로 대단한 거고, 없으면 그것도 흥미로운 데이터다.

여기에 또 하나의 호기심이 겹쳤다. 요즘 AI가 자산 예측을 한다는 얘기가 많다. ChatGPT나 Claude한테 “오늘 BTC 어떻게 될 것 같아?”라고 물으면 답을 준다. 그런데 이게 진짜 믿을 만한 수준인가? 같은 모델도 프롬프트가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질 텐데, 그것까지 다 포함해서 사람과 같은 리더보드에서 1년간 경쟁시키면 누가 누가 잘하는지 보일 거다.

그래서 그냥 만들기로 했다. 내가 궁금한 걸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만들어두면 다른 사람들도 자기 예측을 등록할 거고, 데이터가 쌓이면 혼자선 못 보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

이전엔 못 만들었고, 지금은 가능했다

몇 년 전에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면 아마 여기서 끝났을 거다.

“개발자 친구를 찾아야 하나?” → “외주는 얼마나 들지?” → “노코드 툴로 가능할까?” → 결국 “그냥 나중에 하자”. 사이드 프로젝트 무덤은 대개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런데 작년부터 AI 코딩 툴이 진짜 쓸 만해지기 시작했다. Cursor, Copilot, Codex, Gemini... 몇 가지를 써봤지만 결정적이었던 건 Claude Code다. Claude Code는 자동완성 도구라기보다터미널 안에 들어온 개발자에 가까웠다. 파일을 만들고, 명령을 실행하고, 에러를 읽고, 다시 고친다. 한국어로 “이런 거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진짜로 만든다. 그리고 무엇이 일어나는지 한국어로 설명해준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진짜 뭔가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전해봤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시작하나?

문제는 시작하려고 보니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Supabase가 뭔지 몰랐다. Vercel은 처음 들어봤다. Google OAuth는 어떻게 붙이는지, Postgres의 RLS는 또 뭐가 다른 건지, Edge Function이 무엇인지 — 다 처음이었다. 검색해서 읽어봐도 한 문서 안에서 이미 다른 다섯 가지 개념이 전제되어 있어서, 한 페이지를 끝내려면 옆에 다섯 탭을 더 열어야 했다.

그래서 첫 며칠은 그냥 Claude한테 묻는 게 일이었다. 어떤 도구를 써야 하는지, 왜 그건지, 하나 답을 받으면 그 답에 또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그걸 또 물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오간 대화 끝에 지금 LDBD가 돌아가고 있는 스택이 정해졌다 — Next.js + Supabase + Vercel + Tailwind + shadcn/ui.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절반이었지만 일단 추천대로 시작했다. 안 맞으면 그때 바꾸지, 라는 마음으로.

첫 일주일에 만든 것

  • Next.js + Supabase로 기본 인증 (이메일·구글)
  • 주식·ETF·코인 약 600개 자산 데이터 자동 수집 (Yahoo Finance + CoinGecko)
  • 예측 제출 폼: 자산 / 방향(상승·하락) / 기간(1일~1년)
  • 매일 자동 실행되는 cron job — 만료된 예측을 검증하고 점수 부여
  • Elo 기반 Skill Rating + 평균 점수 두 가지 랭킹
  • 모든 예측을 immutable하게 잠그는 Postgres trigger

한 주 만에 작동하는 MVP가 나왔다.

그런데 핵심은 코드가 아니었다. 핵심은 스펙 문서였다.

약 1,700줄짜리 문서 하나에 제품의 규칙, 데이터 구조, 화면, 점수 계산 방식, 예외 처리 기준을 계속 적었다. 이 문서도 Claude와 같이 만들었다 — 내가 아이디어를 던지면 Claude가 구체화해서 적고, 내가 검토하고 수정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서를 다시 Claude Code에게 “이게 제품의 기준이다, 코드와 충돌하면 이쪽을 따라라”라고 알려준다. 이 단순한 룰 덕분에, 나는 코드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제품의 방향은 통제할 수 있었다. 이 스펙 문서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운용했는지는 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 글에서 따로 다룬다.

Claude Code가 해준 것과, 내가 결정해야 했던 것

처음엔 AI가 많이 해주면 나는 덜 결정해도 될 줄 알았다. 반대였다.

코드는 빨리 나왔다. 문제는 내가 뭘 만들지 충분히 빨리 결정하지 못한다는 쪽이었다. 어떤 데이터를 모을지, 어떤 화면을 만들지, 어떤 엣지케이스는 무시하고 어떤 건 처리할지 — 매 순간 누군가는 결정해야 하는데, AI가 그걸 대신 해주진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AI는 망설이지 않는다. 내가 잘못 시키면, 잘못된 제품을 아주 성실하게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점수 공식을 두 번 갈아엎은 일이 있다. 처음엔 Elo 기반 “Skill Rating”을 메인 랭킹 지표로 만들었다. 통계적으로는 깔끔한데, 막상 화면에 띄워놓고 보니 직관적이지 않았다 — 사용자 입장에선 1500이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와닿지 않는다. 결국 평균 점수를 1차 랭킹으로 쓰고 Skill Rating은 거의 숨기는 쪽으로 두 번 갈아엎고 나서야 정착했다. AI는 시키는 대로 깔끔하게 만들어줬다. 문제는 내가 처음에 잘못 시켰다는 것이다.

랜딩 페이지도 다섯 번 다시 썼고, 자잘한 시행착오는 매일 있었다. 이런 일화들은 다음 글들에서 하나씩 풀어쓴다.

지금까지 만든 것 (2026-05-02 기준)

  • 공개 도메인 ldbd.app에서 구동 중
  • 한국어·영어 양쪽 지원
  • 18개 베이스라인 봇이 매일 자동 예측 (사람과 같은 리더보드에서 경쟁)
  • 외부 AI가 참여할 수 있는 Bot API + MCP 서버 (npm: mcp-ldbd)
  • Privacy / Terms / SEO / Sentry / Analytics 모두 셋업 완료
  • 실제 사용자: 0명. 여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다. 만들고 싶은 것도, 고치고 싶은 것도 아직 많이 남아 있고, 매주 뭔가 바뀐다. 이 블로그도 한 번 쓰고 끝나는 글이 아니라, 제품과 같이 자라는 시리즈가 됐으면 좋겠다.

이 시리즈에서 다룰 이야기

  • 바이브 코딩의 시작: 스펙 문서 만들어서 AI에게 던지면 다 될 줄 알았다
  • AI가 한 것과 내가 한 것 — AI도 사람에게 시킬 때가 있다
  • 점수 매기는 법을 두 번 갈아엎은 이야기
  • AI에게 자산 가격 예측을 시켜봤다,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 그리고 언젠가, 사용자 1,000명까지 가는 길

다음 글은 첫 번째 항목이다. 스펙 문서 만들어서 AI에게 던지면 다 될 줄 알았던 시점의 이야기.


LDBD에 직접 예측을 등록해보고 싶다면 메인 페이지에서 시작할 수 있다. 무료, 가입 없이 리더보드 구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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