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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일지 #4 — Claude에 통했던 사고 절차가 Gemma에는 독이 됐다

상승 근거와 하락 근거를 각각 점수화하고 반성한 뒤 판정하게 하는 절차를 두 실험 라인에 태웠다. Claude는 방향 판단이 좋아졌고, Gemma는 오히려 나빠졌다. 같은 프롬프트 처방이 모델에 따라 정반대로 작용한 기록이다.

우리 AI 봇들의 오래된 버릇 하나는 뉴스의 톤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헤드라인이 낙관적이면 상승을, 비관적이면 하락을 찍는 식인데, 문제는 그 뉴스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 실험(일지 #2)에서 두 봇을 승급시키고 나서, 이번에는 이 쏠림을 겨냥해 판정 절차를 바꿔 봤다. 결론부터 내지 말고, 상승 근거를 나열해 점수를 매기고, 하락 근거를 나열해 점수를 매기고, 빠뜨린 관점이 없는지 한 번 반성한 다음에야 방향을 정하게 했다. 금융 예측 LLM 연구(RETuning, arXiv 2510.21604)에서 가져온 구조라 비용은 0이고, 프롬프트만 바꾸면 된다.

이 절차를 서로 다른 세 라인에 적용했다. Gemma와 Claude 실험 라인은 7월 초에 나란히 시작했고, 성적이 특히 나빴던 차트 봇은 7월 말 재설계 과정에서 같은 원리를 다른 장치들과 함께 받았다. 결과는 셋 다 달랐다. 그리고 그 갈림이 이번 일지의 알맹이다. 좋은 프롬프트 기법이라는 것이 모델과 무관하게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무엇을 바꿨고, 무엇으로 판정하기로 했나

바꾼 것은 자산별 판단 절차 하나다. 상승 근거 나열과 점수화(0~10), 하락 근거 나열과 점수화, 빠뜨린 관점·이미 가격에 반영된 뉴스가 없는지 반성, 그 다음에야 방향 결정. 실험 봇과 기존 봇은 매일 같은 자산을 같은 시점에 예측하므로, 같은 문제를 두고 다르게 답한 케이스(정면대결)를 모아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다.

승급 기준은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정해 뒀고, 지난 회차와 같다. ① 기간 연율화 점수가 기존 봇보다 명확히 위, ② 정면대결 승률 55% 이상, ③ 약한 자산(비트코인· 코스피)에서 개선. 이 셋 중 둘 이상이면 승급이다. 연율화 점수는 세 기준 중 하나이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미리 적어 둔다. 결과를 보고 나서 기준을 고르지 않기 위해서다.

Gemma: 같은 처방이 독이 됐다

작은 모델 쪽 결과는 나빴다. 판정 기간 동안 실험 봇은 128건에서 적중률 45%, 기존 봇은 120건에서 50%였고, 연율화 점수는 -16.2% 대 +8.5%로 크게 밀렸다. 정면대결 23건에서도 9승 14패였다. 세 기준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했다. 실험은 기각했고, 절차는 폐기했다.

해석은 이렇다. Gemma 라인에서 지금까지 성공한 개선(원시 가격을 지표 한 줄로 압축)은 모델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이었다. 이번 절차는 반대로 부담을 얹는 방향이다. 근거를 나열하고 점수를 매기고 반성까지 하라는 요구가, 큰 모델에게는 생각을 정돈해 주는 발판이 되지만 작은 모델에게는 짊어질 짐이 하나 더 늘어난 것에 가까웠던 듯하다. 일반 법칙이라고 말할 표본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적어도 지금의 Gemma 모델과 지금의 입력 구성에서는 “더 생각하게 하기”보다 입력과 절차를 단순하게 만드는 쪽이 유망해 보인다는 것까지다.

Claude: 방향은 이겼는데 점수는 졌다

큰 모델 쪽은 흥미롭게 이겼다. 적중률은 62% 대 56%로 실험 봇이 앞섰고, 정면대결 25건에서 16승 9패(64%)로 기준 ②를 넘었으며, 약한 자산에서도 7승 4패로 기준 ③을 충족했다. 그런데 대표 지표인 연율화 점수(기준 ①)는 +38.8% 대 +68.2%로 크게 졌다.

어떻게 방향을 더 잘 맞히는데 점수가 낮을 수 있나. 우리 점수는 맞힌 횟수가 아니라 맞힌 날의 가격 변동 크기까지 반영하기 때문이다. 기존 봇은 크게 움직인 날들을 몇 번 맞혔고, 실험 봇은 자잘한 날들을 더 자주 맞혔다. 어느 쪽이 진짜 실력인지는 이 표본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큰 변동일을 맞히는 것이 실력일 수도, 운일 수도 있다.

판정은 사전 기준대로 했다. 셋 중 둘(②·③)을 충족했으므로 승급이고, 절차는 기존 봇에 흡수됐다. 다만 두 가지를 기록으로 남긴다. 하나, 정면대결 25건은 큰 표본이 아니어서 “명확한 우세”라기보다는 이번 표본에서 겨냥한 방향 판단 지표가 모두 실험 봇 쪽으로 움직였다는 수준이다. 둘, 수익률 환산 점수는 밀렸다. 승급이 곧 만점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직하게 구분해 둘 것이 하나 더 있다. 이 실험의 출발점은 “뉴스 톤 추종을 줄이자”였지만, 이번 판정에서 잰 것은 편향 그 자체가 아니라 최종 예측 성능이다. 적중률이 오른 이유가 정말 뉴스 편향이 줄어서인지, 절차가 바뀌며 다른 방식으로 판단하게 돼서인지는 이 숫자들만으로 구분할 수 없다.

차트 봇: 통제 실험이 아닌 참고 사례

같은 원리를 가장 극적으로 받은 것은 차트 봇이다. 기술적 지표만 보고 1주 방향을 예측하는 이 봇은 재설계 전까지 판정 87건에서 적중률 41%, 연율화 점수(예측 성적을 1년치 수익률로 환산한 대표 점수) -20.9%로, 개선이 아니라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수술 전에 봇이 아니라 재료부터 채점했다. 10년치 일봉으로 자산마다 간단한 통계 모델을 만들어, 우리가 쓰는 차트 피처에 예측 신호가 있는지 본 것이다. 판별력 지표인 AUC 기준(0.5가 무작위 수준)으로 금 0.602, 나스닥 0.556, 코스피 0.534에는 약한 신호가 있었고, S&P 500(0.431)과 비트코인(0.445)에서는 거의 잡히지 않았다. 적어도 우리 피처와 이 모델 조합에서는 자산별 차이가 컸다는 것이고, 그게 시장 효율성 차이 때문인지 피처가 특정 자산에 더 잘 맞아서인지는 아직 구분할 수 없다.

그 위에 근거 점수화 절차를 얹어 봇을 다시 만들었는데, 이때는 여러 가지가 동시에 들어갔다. 다섯 번 독립 판단 후 다수결, 입력 구조 정리, 출력 서식 단순화까지. 만드는 과정에서 배운 것도 있다. 근거 목록을 중첩된 구조(목록 안에 목록이 들어가는 JSON 서식)로 출력하게 했더니 Gemma가 같은 글자를 무한 반복하며 무너졌고, 구조를 납작하게 펴고 실패 시 낮은 온도로 재시도하게 한 뒤에야 안정됐다. 적어도 이번 세팅에서는, 작은 모델에게 복잡한 서식과 판단을 동시에 시키면 안 됐다.

재설계 이후 현재까지 판정 25건에서 적중률 60%, 연율화 +12.9%다. 아직 표본이 작아 방향만 보는 단계이고, 현재까지는 개선된 모습이다. 다만 분명히 해 둘 것은, 이 개선을 근거 점수화 하나의 효과로 읽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변수 여러 개가 동시에 바뀌었으므로 차트 봇은 “이런 방향의 재설계가 살아남았다”는 참고 사례이고, 절차 하나의 효과를 잰 본 실험은 변수를 하나만 바꾼 Gemma와 Claude 라인이다.

운영에서 배운 것

고백 하나. 판정 예정일은 8월 4일이었는데 실제 판정은 8월 16일에 했다. 열이틀, 거의 2주를 그냥 지나친 것이다. 판정일이 계획 문서 구석에만 적혀 있어서 매일의 작업 목록과 연결되지 않았던 게 원인이었다. 이 사건 뒤로 날짜가 있는 운영 일정을 한곳에 모아 두고 매일 대조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실험은 달력이 아니라 시스템이 챙겨야 한다.

이번 회차에서 배운 것 넷

첫째, 같은 처방의 효과는 모델에 따라 달랐다. 근거 점수화는 Claude에게는 생각을 받쳐주는 발판이었고 Gemma에게는 짐이었다. 프롬프트 기법을 “좋은 기법”과 “나쁜 기법”으로 나누는 건 의미가 없고, 어떤 모델에 얹느냐까지가 기법의 일부다.

둘째, 방향을 이기는 것과 점수를 이기는 것은 다르다. 적중률과 정면대결로는 이기면서 수익률 환산 점수로는 질 수 있다. 무엇으로 승급을 판단할지 미리 정해 두지 않았다면 이번 판정은 자의적이 됐을 것이다.

셋째, 목표한 편향과 평가 지표는 구분해야 한다. 이번에 고치려던 것은 뉴스 톤 추종이었지만 실제로 잰 것은 예측 성능이었다. 편향 자체를 재려면 뉴스 톤과 예측 방향의 결합도를 따로 봐야 한다.

넷째, 실험 운영도 실력이다. 판정일을 열이틀 놓친 건 모델 탓이 아니라 사람 탓이었다. 날짜가 있는 일정은 이제 시스템이 챙긴다.

기각된 절차는 폐기했고, 실험 봇들은 쉬지 않고 다음 방법을 태워 재가동한다. 결과는 이 일지에 계속 기록한다. 봇들의 오늘 성적은 리더보드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채점 방식은 방법론 페이지에 정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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