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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째 사용자 0명이라 AI에게 물었다 — 범인은 "조금만 더"였다

13편의 글과 12만 8천 건의 검증 데이터를 쌓아놓고도 방문자는 0명이었다. AI에게 진단을 시켰더니, 범인은 제품이 아니라 "조금만 더 다듬고 나서"라는 버릇이었다. 처음으로 런칭 버튼을 누른 일주일의 기록.

5월에 이 블로그의 첫 글에 이렇게 적어뒀다.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쓸 생각이다.” 그 뒤로 두 달이 지났다. 결과부터 말하면, 안 됐다. 정확히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동안 서비스가 놀고 있었던 건 아니다. AI 봇 12개가 매일 예측을 올려 1,400건 가까이 검증받았고, 2016년부터 백테스트한 베이스라인 봇들까지 합치면 채점된 예측이 12만 8천 건을 넘겼다. 점수 체계를 갈아엎었고, 디자인을 다듬었고, 보안 점검까지 마쳤다. 블로그 글도 13편을 썼다. 그런데 방문자 그래프는 두 달 내내 바닥에 붙은 직선이었다. 사용자는 여전히 0명이었다.

Vercel 애널리틱스 방문자 그래프 — 7월 초부터 바닥에 붙은 직선이다가 7월 13일에 600명 가까이 치솟는다.
두 달의 요약. 7월 13일 전까지는 정말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AI에게 물었다: 내 서비스, 뭐가 문제야?

혼자서는 답이 안 나와서, 어느 날 Claude에게 통째로 물었다. 비슷한 서비스가 세상에 뭐가 있는지, LDBD에 경쟁력이나 상업성이 있긴 한 건지, 그리고 왜 사용자가 안 생기는지.

AI가 조사를 시작하더니 제일 먼저 한 일은, 내 사이트에 처음 보는 사람처럼 접속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보고했다. “리더보드 상위 30위가 거의 전부 운영자의 봇입니다. 사람은 테스트 계정 1개, 예측 6건뿐입니다.” 내가 매일 보던 화면인데, 남의 눈으로 서술되니 처음으로 실감이 났다. 나는 두 달 동안 빈 방을 꾸미고 있었다.

진단: 문제는 제품이 아니었다

조사 결과는 문서 한 편으로 돌아왔다. 요지만 옮기면 이렇다.

비슷한 서비스는 이미 많다. 진짜 돈을 거는 예측 시장이 있고, 무료 예측 플랫폼도 있는데 그 분야 1위조차 정점에도 하루 사용자 2천 명 수준이라고 했다. 작년부터는 LLM들끼리 실제 돈으로 트레이딩을 붙이는 “AI 아레나”가 큰 화제였고,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돈을 버는 곳은 월가 애널리스트 8,000명의 적중률 데이터를 파는 회사다. 그 틈에서 LDBD의 차별점 — 사람과 AI가 같은 보드에서 겨루고, 아무 에이전트나 붙을 수 있고, 채점이 통계적으로 엄밀하다 — 은 실재한다고 했다.

문제는 그 차별점이 아무에게도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론이 아팠다. “2~3달간 방문자 0은 제품 결함이 아니라 예정된 결과입니다. 당신은 알리는 일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반박하려다가 사실 확인을 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13편의 글은 전부 내 도메인 안에만 있었다. “글 5~10편 쌓이면 커뮤니티에 알리자”고 스스로 정해둔 조건은 이미 채워져 있었는데, 나는 알리는 대신 계속 다듬을 거리를 찾고 있었다. 디자인 리프레시가 끝나면, 감사가 끝나면, 공유 카드가 붙으면. 준비는 끝나 있었고 준비할 일만 늘어났다.

돌이켜보면 런칭을 못 할 이유는 없었다. 조금만 더 고치면 더 좋아질 것 같아서, 이왕이면 완벽한 상태로 보여주고 싶어서 계속 미뤘을 뿐이다. 그런데 완벽해지는 날은 오지 않았다. 고칠 것은 끝없이 새로 나왔고, 하나를 다듬는 동안 두 개가 새로 눈에 들어왔다. 어느 정도 동작하는 시점에 내보내서 실제 사용자의 피드백으로 고쳐나가는 게 나았을 텐데, 나는 그 순서를 반대로 잡고 있었다.

포지셔닝 지적도 뼈아팠다. LDBD의 첫 화면은 “당신의 예측 실력을 증명하라”고 말하는데, 증명이라는 건 봐줄 관객이 있어야 성립한다. 관객이 0명인 무대에서 트랙레코드를 쌓으라는 건 초기 사용자에게 손해 보는 제안이라는 것이다.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미 자랑할 곳이 있다.

런칭 준비를 하다가 발견한 것

그래서 런칭 계획을 세웠다. 어디에 올릴지 정하고, 소개 글을 쓰고, 예상 질문 답변을 준비했다. 막상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놓고 보니 남은 항목이 없었다. 전부 한 달 전부터 준비돼 있던 것들이었다.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해외 커뮤니티에 올리려고 계정 상태를 점검하다가, 그동안 달아둔 댓글들의 점수가 전혀 안 오른다는 걸 알았다. 확인해보니 댓글이 전부 스팸 필터에 걸려서 나한테만 보이고 남들에게는 아예 안 보이는 상태였다. 점수가 안 오른 게 아니라, 두 달 된 내 계정은 조용히 죽어 있었다. 모르고 그대로 올렸다면 런칭 글도 소리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운영진에게 복구 메일을 보내놓고, 해외 공개는 뒤로 미뤘다.

런칭했다

월요일 아침, GeekNews에 올렸다. “AI 봇 12개에게 두 달간 주가 방향을 예측시키고 전부 공개 검증해봤습니다.”

이틀 동안 926명이 다녀갔다. 두 달 누적보다 많은 사람이 이틀 만에 왔다. 21명이 가입했고, 그중 두 명이 예측을 남겼다. 두 달 동안 봇들만 있던 리더보드에 처음으로 나 아닌 사람이 올라온 것이다. 숫자로는 둘이지만, 0과 2 사이의 거리는 2와 200 사이보다 멀게 느껴졌다.

예상 밖의 데이터도 있었다. 방문 3위 페이지가 리더보드도 예측 화면도 아니고 개발자용 API 문서였다. 개발자 커뮤니티에 알렸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데, 누군가는 LDBD를 구경하는 곳이 아니라 자기 에이전트를 붙일 수 있는 무대로 읽고 있다는 첫 신호였다.

댓글도 배울 게 많았다. 가장 좋았던 건 가장 회의적인 댓글이었다. “전 세계 어떤 봇도 트레이딩으로 사람을 이긴 적이 없다”는 지적에, 나는 그 회의가 바로 이 서비스의 출발점이라고 답할 수 있었다. 봇이 못 맞히면 그게 리더보드에 그대로 드러난다. 실제로 두 달 데이터로는 LLM 봇들이 “무조건 상승” 봇을 유의미하게 이긴다고 말할 근거가 아직 없고, 그걸 숨기지 않는 게 이 서비스가 할 수 있는 유일하게 정직한 장사다.

덤으로 얻어맞은 것도 있다. 런칭 당일 저녁 Vercel(호스팅 서비스)에서 무료 사용량을 다 썼다는 경고 메일이 왔다. 초과하면 사이트가 자동으로 멈춘다고 했다. 그날로 유료 플랜으로 올리고, 밤에 원인을 분석해서 트래픽 비용을 줄이는 수정을 넣었다. 방문자가 있다는 건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고, 두 달 만에 처음으로 겪는 좋은 문제였다.

배운 것

만들기는 알리는 일이 아니다. 13편의 글과 12만 8천 건의 검증 데이터를 쌓아놓고도 방문자는 0명이었다. 콘텐츠는 쌓는다고 저절로 발견되지 않는다. 알리는 행동은 만드는 행동과 별개의 일이고, 나는 만들기가 편하다는 이유로 알리는 일을 두 달 미뤘다.

자기 제품은 남의 눈으로 봐야 보인다.“리더보드가 전부 당신 봇”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지만, 처음 온 사람의 눈으로 서술된 걸 읽고서야 그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다.

차별점이 있다는 것과 사람이 온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진단에서 차별점은 실재한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그게 방문자를 1명도 만들어주지 않았다. 누구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느냐가 먼저였다.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쓰겠다고 했으니 써둔다. 두 달간의 0은 제품 탓이라기보다 손가락 탓이었다.

다음

계정이 복구되면 해외 커뮤니티(Hacker News)에 올린다. 봇들의 성적표도 이 일지에 계속 기록할 생각이다. 이번에는 도메인 안에만 쌓아두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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